노원구가 올해 서울시 도시청결도 평가에서 처음 1위를 차지했다. 구가 민선 7기 들어 쓰레기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인력을 보강해, 주 6일 수거와 뒷골목 상시 청소 등 청소행정 시스템을 개선해 맺은 성과다. 사진은 10월27일 지하철 4호선 상계역 1번 출구 먹자골목 주변에서 벌인 청소, 계도·홍보 활동 모습. 1 중계3동 자활근로 사업단 참여자들이 뒷골목 청소를 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서울시 도시청결도 조사에서 첫 종합 1위로 우뚝 올라서
민선 7기 들어 인력 보강, 주 6일 수거, 뒷골목 상시 청소
“우리 노원구가 청결도 1등 상 받을 만합니다.”
최종길(57)씨는 지하철 4호선 노원구 상계역 1번 출구 먹자골목에서 20년 넘게 식당을 운영해오고 있다. 꽤 유명한 맛집이다. 그동안 좁은 골목길에 쌓이는 담배꽁초와 갖은 쓰레기에 속을 끓였다. 혼자서 청소하는 거로는 감당되지 않아 구청에 민원도 여러 차례 넣었다. 10월27일 현장에서 만난 최씨는 “몇 년전부터 조금씩 개선되더니 이제는 눈에 띄게 깨끗해져 만족스럽다”고 웃으며 말했다.
노원구가 서울시의 ‘2021년 도시청결도평가’에서 처음 1위를 차지했다. 도시청결도는 시민 눈높이에서 자치구별 청결도를 평가하고 발표해, 쾌적한 거리환경 조성을 유도하는 사업이다. 현장 청결도, 시민 만족도, 자치구별 특별 추진사업, 도로 청소차량 운행실적과 관리, 보조금 관리의 5개 분야를 기준으로 심사한다. 특히 현장 청결도는 시민 1천 명이 이용자로 가장해 현장을 찾아 대상지를 평가하는 ‘미스터리 쇼퍼’ 방식으로 이뤄져 의미를 더한다.
지난해 8위였던 노원구의 청결도 성적이 어떻게 1년 만에 1위로 껑충 오를 수 있었을까? 직전 두 해에는 강남구가 1위를 했다.
주민 감시단 ‘노원 스와트’의 정성미씨가 주민에게 계도 전단을 나눠주고, 버려진 쓰레기를 찍어 네이버 밴드에 올리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주민 감시단 ‘노원 스와트’의 정성미씨가 주민에게 계도 전단을 나눠주고, 버려진 쓰레기를 찍어 네이버 밴드에 올리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청소예산으로 만든 결과라고 보기에는 노원구의 살림살이는 힘들다. 강남구와 비교해보면, 노원구의 청소예산 금액은 절반도 못 하다.
구는 깨끗한 노원을 만든 가장 큰 비결로 청소 시스템 개선을 꼽는다. 노원구는 2018년 민선 7기 시작과 동시에 쓰레기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청소행정시스템 개선에 나섰다.
오승록 노원구청장의 ‘동네가 깨끗해야 애향심이 생긴다’는 소신에 따른 것이다.
김덕수 노원구 폐기물관리팀장은 “쓰레기 치우기를 구가 책임지고, 무단 투기는 끝까지 잡는 방식으로 바꿨다”며 “현장과 주민들의 반응을 수렴하고, 구청장님이 강한 의지를 갖고 지역 자원을 연계한 점이 주효했다”고 했다.
쓰레기 수거 체계 개선으로 종량제 봉투와 음식물쓰레기 수거는 일요일 빼고 매일 이뤄진다. 주 6회 쓰레기 수거를 위해 공무관(옛 환경미화원)을 증원했다. 김 팀장은 “지정 장소에 배출된 폐기물이라도 매일 수거되지 않으면 인근으로 쓰레기 무단 투기가 생겨 악취 등 청결 만족도가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노후 청소차량도 순차적으로 바꿔왔다. 청소차량 57대 가운데 45대를 교체했다.
무단 투기 쓰레기 단속도 강화하고 신속하게 처리가 이뤄지도록 했다. 단속 업무를 하는 공무관을 2명에서 15명으로 늘렸다.
단속반의 정용주씨와 구승현씨가 무단 투기 봉지를 열어 쓰레기 주인의 인적사항을 알아낼 단서를 찾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무단 투기 과태료는 2018년 8천여만원에서2019년 1억7천여만원으로 두 배 넘게 늘었다. 지난해부터는 조금씩 줄고 있다. 단속반의 정용주(57)씨는 “초기 단속 때와는 달리 이젠 ‘버리면 잡힌다’는 인식도 생겨 무단 투기가 차츰 줄고, 청결에 대한 주민 눈높이는 높아지는 것 같다”고 했다. 올해는 코로나19 장기화로 단속보다는 계도와 홍보에 중점을 두고 있단다.
골목 구석구석의 무단 투기나 수거 미처리 신고는 ‘노원 스와트(쓰레기와 감시자의 합성어)’가 맡는다. 노원 스와트는 쓰레기 처리 사각지대 관리 강화를 위한 주민 감시반이다. 지역의 자원봉사센터를 통해 참여한 주민 15명이 활동한다. 일반주택 지역 11개 동에 11명, 아파트 지역 8개 동 총 4명(2개 동에 1명씩)을 배치했다. 감시반은 매일 나오는 생활폐기물 수거 여부를 모니터링하고, 지역을 돌며 올바른 쓰레기 배출방법을 알리는 홍보물을 나눠준다.
지난 7월부터 스와트 활동을 하는 중계본동 주민 정성미(66)씨는 “처음에 많을 땐 하루 50건도 넘었는데, 요즘은 30건 이하로 줄었다”며 “여름엔 더워서 활동하기가 매우 힘들었는데 동네가 깨끗해지는 걸 보면서 계속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주중 오후1~5시 동네를 돌며 종량제 봉투와 음식물쓰레기 수거가 잘되고 있는지 살피고, 문제가 있으면 네이버 밴드에 위치를 찍어 사진과 함께 올린다. 공무관 기동반이 밴드에서 확인하고 처리하러 온다. 김 팀장은 “단속반, 스와트는 기동반과 연결돼 그물망처럼 촘촘하게 짜여 활동한다”고 했다.
“구청장의 의지, 적극적인 지역 자원 연계가 주효”
주민 94.8%, “깨끗해졌다” 높은 평가
단속반 15명 늘려서 계도·홍보 수행
자활근로사업단, 모든 동 뒷골목 청소
청소 취약지역 뒷골목은 자활근로 사업단 이 맡는다. 구는 부족한 청소 인력을 보완하기 위해 지역의 자활지원센터와 손잡았다.
뒷골목 청소를 맡는 사업단을 꾸려 운영에 나섰다. 사업단 참여 자활근로자 수를 늘리고 지역을 확대했다. 2019년 36명에서 올해 3월 115명으로 늘었다. 활동지역도 일반주택지 6개 동에서 아파트까지 합쳐 19개 동 전체로 넓혔다. 사업단원들은 주중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활동하며, 월 40만원을 받는다.
중계4동 자활근로 사업단의 차선미(54)씨는 “올해 봄부터 참여했는데 아무 데나 버려진 쓰레기가 생각보다 많아 몸은 고된데 나름 재밌고 깨끗해진 거리를 보면 기분도 좋아진다”고 했다. 2년째 활동하고 있는 김근순(53)씨는 “올해 들어 팀원 수가 6명에서 8명으로 늘어 좀 수월해졌다”고 했다.
최근엔 노원역, 상계역 등 주요 상권을 대상으로 자활근로 주말 청소팀도 운영한다.
유동인구가 많아 주말 동안 쓰레기 투기가 많지만, 휴일 근무인력이 부족해 생기는 청소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다. 구는 지역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청소 현장 경험이 있는 자활근로자를 배치했다. 이들은 토·일요일 역주변 인근 골목길과 이면도로 쓰레기를 치운다.
노원구는 배출 쓰레기 청결관리에도 노력을 기울인다. 노원구 제공
구는 주민들이 쓰레기 배출을 간편하게 할 수 있도록 시스템 개선도 해왔다. 지난 8월 대형폐기물 배출과 수거 절차를 간소화했다. 컴퓨터·모바일을 통해 구청 누리집에 접속해 신청, 결제뿐 아니라 취소, 환불도 할수 있다. 배출 날짜, 장소, 품목 등을 입력하고 결제하면 된다. 배출 품목도 154개에서 259개로 세분화해 신청할 수 있다. 또 인쇄신고필증 없이 배출자가 폐기물에 필증 번호만 메모해 부착하면 된다.
수거반이 배출 폐기물의 위치 정보와 배출시각을 확인해 처리하고 문자메시지를 남긴다. 설진욱 폐기물관리팀 주무관은 “기존에는 신고필증이 훼손되거나 분실되면 수거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시스템 개선으로 배출 신고 즉시 실시간 지도로 연계돼 수거반원이 정확하게 수거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폐기 음식물 수거용기는 도로 주변에 무질서하게 설치되거나 관리가 소홀해 지나가는 주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가 적잖았다. 구는 음식물 수거용기 규격을 줄이고 가림막을 설치했다. 현재 전체 60% 정도를 소형 용기로 바꾸고, 20%에 가림막을 설치했다. 의류수거함도 기존 약 320대를 조사해 300대로 정비했다. 초록색으로 페인트칠을 다시 하고 쓰레기 무단 투기 때 과태료부과 경고 문구도 넣었다.
폐기 음식물 수거용기 규격을 줄이고 가림막을 설치했다. 새롭게 페인트칠한 의류수거함. 노원구 제공
노원구의 변화는 주민들이 생활 속에서 먼저 체감했다. 지난 7월 구민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민선 7기 3주년 설문조사 결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94.8%가 노원구 도로 주변과 뒷골목 청소상태가 깨끗하다고 답했다.
구는 공들여 만든 청소행정 시스템을 앞으로 어떻게 이어가느냐 하는 과제를 안고있다. 쓰레기 처리와 청소는 잠깐만 소홀히해도 다시 돌아가기 마련이다. 오승록 노원구청장은 “청결도에 대한 주민 관심도 높아져 강화된 청소 정책은 유지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며 “행정 서비스가 늘수록 주민들의 기대치는 높아진다. 이때 관련 예산을 늘려 이어가는 게 자치구의 역할이다”라고 강조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